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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 첫날, 풍경소리는 풍경이 내는가 바람이 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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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에 도착하니 시간이 13시 40분이었다. 템플스테이 접수까지는 시간이 남아 혼자서 용문사를 둘러보았다. 제일 먼저 용문사의 자랑이자 양평군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나무를 구경했다. 역시나 어마어마한 은행나무였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지켜왔다고 하니 경이로움까지 느껴졌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 밖에 볼 수 없었으나, 가을 날 본다면 경이로움과 함께 아름다움까지 더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리고 거슬리는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바로 은행나무 근처에 은행나무 보다 높게 솟은 피뢰침이었다. 용문사에서 미관상 가장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은행의 냄새였다. 아직도 바닥에 은행이 많이 있었는데, 그 냄새가 코를 꽤나 자극했다.

 

 

 

 

 

은행나무를 구경하고 용문사를 둘러보았다. 용문사는 현대 들어 다시 지어진 사찰이었는데 편안한 느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이러한 이유에는 사찰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인데,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보다는 아담하고 소박함이 느껴지는 사찰이었다. 그리고 사찰의 한 편에는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 덕분인지 다소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보수공사는 2016년이 가기 전에 끝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찰을 둘러보고, 템플스테이 접수처로 갔다. 시간이 되서 템플스테이 접수를 시작하고 있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하룻 밤을 지낼 방을 배정받았다. 템플스테이 숙소는 굉장히 잘 갖춰진 편이었다. 괜히 용문사가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것이 아니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숙소부터 템플스테이 절차와 관련된 시스템까지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뭐 물론 다른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보지 않았기에, 다른 사찰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숙소는 한옥이었고 방 안에는 개인 장이 있어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편했다. 하룻밤을 보내기에 적당했다. 온수도 잘 나왔고, 방도 굉장히 따뜻했다. 다만 한옥이다보니까 방음에 있어 약간은 취약했는데, 옆 방의 소리가 고스란히 들릴 정도였지만 다행이 모두 조용하게 지내서 그런지 소음때문에 신경쓰는 일이 없었다. 덧붙이자면 한 방은 4명이서 같이 쓰도록 되어있는데 혼자서 독방을 쓰고자한다면 템플스테이 가격에서 2만원을 추가하면 됐다. 방 안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 들이 사찰에서 지켜야할 수칙들이 잘 안내되어 있었다.

 

 

 

 

14시에 입실을 하였고, 16시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자유시간 간 햇살이 좋아 야외에서 하염없이 볕을 쬐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쬐고 있자니, 간만에 맛보는 여유가 느껴지는 오후였다. 드디어 16시부터 본격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스님과 함께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입실 할 때는 몰랐는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꽤 많은 사람들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략 40여명의 사람들이 나와 같이 크리스마스에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이었다. 곧, 스님은 사람들을 인솔하며 용문사의 곳곳을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이 새로운 이야기 였고 사찰과 관련된 이야기 외에도 불교 전반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스님의 이야기는 대부분 유익한 이야기였는데, 특히나 한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다. 스님께서 한창 사찰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때였다. 대웅전 처마에 달아 놓은 풍경이 바람이 불자 맑고 영롱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스님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풍경소리는 풍경이 내는 것인지, 바람이 내는 것인지 말이다. 풍경이 부딪혀 내는 소리이기에 풍경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 있겠으나, 어떻게보면 바람이 풍경을 흔들기에 나는 소리이니 바람이 내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질문을 던진 스님은 말씀을 이어갔다. 모든 것은 그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며, 풍경과 바람도 조건이 맞아야만 소리가 난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어떠한 상황과 현상을 결정하는 것은 각각의 조건들이었다. 요즘 내 마음이 심란한 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조건들 때문이고, 심란한 마음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렇듯 조건 또한 변하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조건이 변하면, 내 마음의 안정이 찾아올까 생각했다. 이러한 마음의 안정도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순 없었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이 템플스테이가 주는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스님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니 사찰에는 어느덧 어둠이 찾아왔고, 사찰에서의 첫 식사가 기대되었다.

 

 

 

 

사찰에서의 식사는 뷔페식으로 제공되었다. 음식은 대체로 맛있었으며,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가 제공되었다. 사찰에서는 밥을 남기면 안되었기에 자기가 먹을만큼만 알맞게 덜어먹으면 됐다.

 

 

 

 

저녁 공양이 끝나니 저녁 예불과 명상프로그램이 남아 있었다. 저녁 예불은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드리는 것이었고, 명상프로그램은 명상형을 신청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명상프로그램을 신청했기에 저녁 예불이 끝나고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명상은 스님께서 직접 지도를 해주셨는데, 처음 명상하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실제로 명상을 해보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평소에 명상이라고하면 단순히 아무 생각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 명상을 해보니 꽤나 어려웠다. 스님께서는 명상의 핵심이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호흡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호흡에만 신경을 쓰도록 하라고 했다. 여기서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허리를 곧게 펴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몸이 힘드니 정신이 집중될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30분 가량을 가만히 있는 것이 까다로웠다. 그렇지만 수련의 일종인 명상을 어느정도 알게 되어 유익한 시간이었고, 가끔 명상을 해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유난히 달이 밝던 크리스마스의 템플스테이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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