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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양평] 용문사 템플스테이 - 둘째날, 눈 내린 사찰과 무상함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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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 템플스테이의 둘째날은 새벽 4시 아침 예불로 시작됐다. 아침 예불 시간에는 템플스테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08배가 진행됐다. 불교에서의 절은 가장 중요한 수행 방법 중 하나인데, 108배는 108번의 절을하며 잘못을 참회하는 것이다. 절을 108번 하는 것은 108가지의 번뇌를 참회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나 또한 108배를 할 때 만큼인 실제 나의 잘못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실제로 모든 욕망과 집착을 참회하여 내려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저 속세의 중생일 뿐이다.

 

 

 

 

 

밤 사이 사찰에는 하얀 눈이 내렸다. 그래서 아침 공양이 끝나고 스님과 함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울력을 행했다. 불교에서의 울력이란 모두 힘을 합쳐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날의 울력은 밤 새 내린 눈을 깨끗이 치우는 것이었다. 용문사 천왕문 부근부터 일주문까지의 길에 쌓은 눈을 다같이 쓸어내려 갔다.  그렇게 다 같이 길위에 눈을 쓸어 내려가니 군 시절이 생각 나기도 했는데, 눈은 정말이지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일주문 안 쪽은 속세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울력을 행하면서도 스님의 좋은 말씀을 계속되었는데, 불교의 핵심 교리라고 할 수 있는 무상함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그런 말씀이셨다. 분명 좋은 말씀이셨는데 이렇게 글로 다시 남기려니까 그 때의 말이 잘 기억 나지 않는다. 그 때 그 순간에는 진짜 세상의 진리를 깨우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핵심만 기억이 나고 나머지는 기억에서 희미하다. 정말이지 무상하다는 말은 이럴 때 적절한 것 같다. 그 때의 그 상황, 그 감정들이 지금 현재 무상해졌다. 사물과 생각은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할 수 없이 용문사로 향하는 길에 있던 문구로 그 때의 그 감정과 생각을 대신한다.

 

 

 

 

울력을 끝내고 나니 템플스테이도 어느덧,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스님과의 차담이 남았고, 염주 만들기와 소원빌기가 남았다. 스님과의 차담은 역시나 좋은 이야기의 연속이었으며 염주 만들기는 뭔가 기념품을 챙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소원을 적어 천년 넘은 은행나무 할매에게 빌었는데, 은행나무 할매가 나의 소원을 들어줄지 말지는 나의 업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업은 이미 정해져 있겠지만, 더 좋은 업을 쌓을 수 있기를 그래서 소원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짧다면 짧은 1박2일간의 용문사 템플스테이가 이렇게 끝이 났다. 조금은 급하게 결정했던 템플스테이 였지만, 여러모로 인상깊은 템플스테이였다. 그리고 인생을 살며 앞으로 다양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테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기억에서 손꼽히는 크리스마스가 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누군가가 크리스마스에 템플스테이는 "왜"라고 묻는다면,

결국엔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이가 없어 찾았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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